2013년 12월,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린 유네스코 회의에서 "김장 문화: 한국의 김치를 만들고 나누는 전통"이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됐다. 10년이 훌쩍 지난 지금, 이 등재가 무엇을 바꿨고 무엇을 바꾸지 못했는지를 한 번쯤 정리해 볼 만한 시점이다.
흥미로운 점 하나. 등재된 것은 '김치'가 아니라 '김장'이다. 요리가 아니라 그 요리를 만드는 계절적 공동 행위, 이웃과 나누는 관습 — 그러니까 음식보다 사람이 중심이었다.
김장이라는 행위의 독특한 점
김장은 11월 초부터 12월 초 사이, 기온이 섭씨 5~10도 정도로 내려가는 시점에 집중된다. 이 기간에 배추를 절이고, 양념을 만들고, 버무리고, 포기 단위로 저장한다. 도시 가정에서는 김치냉장고에, 시골에서는 전통적으로 땅에 묻은 김장독에 저장하는 방식이 쓰였다.
한 가족이 혼자 하는 일이 드물다는 것이 핵심이다. 친척・이웃・친구가 모여 배추를 절이는 동안 이야기를 나누고, 점심으로 수육과 갓 버무린 김치를 먹고, 여러 집 분량을 함께 끝내는 풍습이 오래 이어졌다. 도시화 이후 이 공동 작업의 규모는 줄었지만, 여전히 한국인의 겨울을 여는 의례 같은 성격을 띤다.
김장에 쓰이는 주 재료와 역할
- 배추
- 김치의 기본 몸체. 절이기 과정에서 수분이 빠지고 양념이 밸 자리를 만든다.
- 무
- 김치 속의 채수 공급원이자 아삭한 식감의 핵심.
- 고춧가루
- 색과 매운맛의 기준. 지역에 따라 굵은 것과 가는 것을 섞어 쓴다.
- 젓갈
- 멸치젓, 새우젓, 까나리액젓 등. 감칠맛과 발효의 출발 지점이다.
- 마늘・생강・파・무생채
- 양념의 주축. 지역・가정마다 배합이 미세하게 다르다.
세계 식탁에 오른 경로
김치는 2010년대까지만 해도 해외 한식당의 반찬 정도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았다. 2020년대 들어 북미・유럽의 대형 마트에서 김치가 상시 진열되기 시작했고, 마트의 '발효 식품' 섹션이 확장되면서 사우어크라우트・콤부차와 같은 선반에 자리잡게 됐다. 발효 식품의 건강 효능에 대한 관심이 커진 점이 결정적 배경이었다.
흥미로운 변화는 "한국산 김치"에 대한 수요와 "현지에서 만든 김치"에 대한 수요가 동시에 커졌다는 것이다. 해외 대도시에서는 현지 채소로 만든 로컬 김치 브랜드가 등장했고, 이탈리아・프랑스・독일의 셰프 중 일부는 자국의 채소와 허브로 김치의 원리를 응용한 요리를 선보이기도 한다.
김치의 "정확한 정의"는 하나가 아니다
해외에서 김치를 설명할 때 "발효 배추 요리"라는 표현을 많이 쓴다. 그러나 한국 안에서 김치의 범주는 훨씬 넓다. 무김치(깍두기), 파김치, 갓김치, 열무김치, 오이소박이, 동치미, 백김치 — 배추가 들어가지 않는 김치도 많고, 고춧가루가 들어가지 않는 김치도 많다. 계절과 지역에 따라 수십 가지 변이가 있다.
이 점은 해외 홍보 과정에서 종종 단순화된다. "빨갛고 매운 배추 발효물"로 소개되면서 백김치・동치미・나박김치의 존재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김치의 진짜 다양성을 보여 주는 흐름은 2020년대 들어 조금씩 커지고 있다. 유튜브 한식 콘텐츠와 해외 파인 다이닝에서 여러 종류의 김치를 구분해 선보이는 사례가 늘었다.
논쟁과 논의들
김치를 둘러싼 논쟁도 있었다. 2020~2021년 사이 중국의 일부 언론과 온라인 공간에서 "김치가 중국 파오차이의 일종"이라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한국 내에서 상당한 반발이 일었다. 2021년 문화체육관광부는 해외 홍보 자료에서 김치의 중국어 번역을 "신치(辛奇)"로 재정비하는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이는 논쟁의 해소라기보다, 두 요리가 별개의 문화적 산물이라는 점을 명확히 하려는 시도였다.
김치는 한국의 것이지만, 발효라는 원리는 어느 한 문화의 소유가 아니다. 김치의 정체성은 재료의 조합과 만드는 사람의 손, 그리고 그것을 둘러싼 관습에서 온다.
— 한국식품연구원 발효팀 연구자
과학으로 본 김치
김치의 발효는 주로 젖산균의 작용으로 일어난다. 배추와 양념에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Leuconostoc mesenteroides, Lactobacillus 속 여러 종이 주인공이다. 발효가 진행되면서 pH가 내려가고, 유산과 이산화탄소가 생성되며, 아삭한 초기 김치부터 시큼한 묵은지까지의 스펙트럼이 만들어진다.
이 과정은 "날것에서 발효로, 발효에서 숙성으로" 이어지는 시간의 축이다. 같은 집 김치라도 담근 지 3일, 3주, 3개월, 1년 된 김치의 맛과 용도가 다르다. 3일은 생김치 반찬으로, 3주는 구이와 함께, 3개월은 찌개에, 1년 넘은 묵은지는 찜이나 볶음 요리에 쓰인다. 한국 발효 음식 문화에서 이 시간의 활용법을 더 자세히 다뤘다.
김장이 맞이한 새로운 형태
도시 가정의 김장 규모는 20세기 말에 비해 크게 줄었다. 1인 가구가 늘었고, 김치를 시판 제품으로 구입하는 비율도 증가했다. 그러나 김장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소규모로 담그는 "미니 김장", 친구들끼리 주말에 모여 함께 만드는 "소셜 김장", 지자체와 시민단체가 진행하는 공공 김장 나눔 — 이 모두가 현재 진행 중인 변형이다. 형태는 다르지만, 함께 담가 나누는 핵심은 그대로 남아 있다.
남는 질문
김치의 세계화는 그 자체로 좋은 일이기만 한 것은 아니다. 수출 규모가 커지면서 공업적 생산의 비중이 늘었고, 가정・소규모 제조자의 김치가 가진 다양성이 상대적으로 축소되는 흐름도 있다. 세계가 한국 김치를 알수록, 정작 집에서 담그는 한국인이 줄어든다는 역설이 존재한다.
다음 10년 동안 이 역설이 어떻게 풀릴지는 알 수 없다. 적어도 한 가지 방향은 분명해 보인다. 김치는 앞으로도 한국인의 일상에서 사라지지 않겠지만, 그것이 만들어지고 나누어지는 방식은 계속 새롭게 디자인될 것이다. 시장과 골목의 음식에서도 비슷한 변형이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