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한국 달력에는 서양식 신정, 광복절, 한글날 같은 공휴일이 함께 있지만, 가족이 실제로 모이고 오래된 음식을 꺼내는 날은 여전히 음력 달력을 따라간다. 설날, 대보름, 단오, 칠석, 추석, 동지. 이 명절들은 각자 다른 계절과 다른 의례를 가진, 여섯 장의 다른 풍경이다.
설날 (음력 1월 1일) — 한 해의 시작
설은 한국의 가장 큰 명절 중 하나다. 양력 1월 말~2월 중순 사이에 들어오며, 사흘 연휴가 주어진다. 이 기간에 전국적인 '민족 대이동'이 일어난다 — 대도시의 직장인들이 고향을 찾아 내려가고, 평소 인구가 적던 지방 도시가 활기를 띤다.
설날 아침에는 차례를 지낸다. 조상께 올리는 제사로, 가족 구성과 지역에 따라 방식이 다르다. 차례 이후 어린이와 미혼 가족 구성원은 어른에게 세배를 올리고, 어른은 덕담과 함께 세뱃돈을 준다. 낮에는 떡국을 먹는다. 떡국을 먹어야 한 살을 더 먹는다는 말이 여전히 유효하다.
설날 대표 음식
- 떡국 (tteokguk)
- 얇게 썬 가래떡을 맑은 육수에 끓인 국. 서울식은 소고기 육수, 남부는 멸치 육수를 쓰는 경우가 많다.
- 만두 (mandu)
- 북부 지역은 떡국 대신 만둣국, 또는 떡만둣국을 먹는다.
- 전 (jeon)
- 명절 상차림의 필수. 동태전・녹두전・호박전・고기전 등 여러 가지.
- 잡채 (japchae)
- 당면에 여러 채소와 고기를 볶아 무친 요리. 고소한 참기름 향이 특징.
정월대보름 (음력 1월 15일) — 새해 첫 보름달
설에서 보름이 지난 음력 1월 15일이 정월대보름이다. 한 해 중 첫 보름달이 뜨는 날이고, 농경 사회에서 풍년을 기원하는 여러 풍속이 이어졌다.
대보름 아침에는 오곡밥(찹쌀・수수・팥・조・콩 등 다섯 가지 곡식)과 묵은 나물을 먹는다. 전해에 말려 둔 취나물, 고사리, 시래기 같은 나물을 물에 불렸다가 볶거나 무쳐 낸 것이다. 여기에 부럼(호두・밤・땅콩 등 딱딱한 견과류)을 깨물어 치아의 건강을 기원하는 풍습이 있다. 저녁에는 달을 보고 소원을 빌고, 지방에 따라 지신밟기・쥐불놀이 같은 집단 놀이가 벌어졌다.
단오 (음력 5월 5일) — 여름의 입구
단오는 음력 5월 5일, 양력으로는 대개 6월에 들어온다. 농번기 직전의 휴식 명절이었고, 전통적으로 창포물에 머리를 감고, 그네를 타고, 씨름을 하는 풍속이 있었다.
지금 단오는 설・추석만큼 크지 않다. 다만 강릉의 강릉단오제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된 대규모 축제로 지금도 성대하게 이어진다. 굿, 관노가면극, 전통시장 난장이 어우러져 지역 정체성을 확인하는 장이다.
칠석 (음력 7월 7일) — 견우와 직녀
칠석은 견우와 직녀가 일 년에 한 번 만난다는 설화로 알려져 있다. 농사가 바쁜 시기라 명절로서의 영향력은 작아졌지만, 일부 지방에서는 칠석날 비가 오면 두 사람이 흘리는 눈물이라 여기는 옛 믿음이 구전으로 남아 있다.
추석 (음력 8월 15일) — 가을의 감사
추석은 설과 더불어 한국의 가장 큰 명절이다. 양력으로 9월 중순~10월 초 사이에 온다. 가을 수확을 조상께 감사하는 의미가 핵심이며, 3일 연휴가 주어진다. 설과 마찬가지로 대이동이 일어나고, 온 가족이 고향에 모인다.
추석의 대표 음식은 송편이다. 멥쌀 반죽에 콩・깨・밤 등을 소로 넣고 반달 모양으로 빚은 떡이다. 지방마다 색과 모양에 변주가 있다. 경상도에서는 조약돌 모양, 강원도에서는 감자송편 같은 변형이 있고, 모양을 예쁘게 빚어야 예쁜 딸을 낳는다는 옛말이 있다. 믿을 필요는 없지만, 가족이 모여 송편을 빚는 시간 자체가 명절의 중심이었다.
동지 (양력 12월 22일 전후) — 가장 긴 밤
동지는 양력 24절기 중 하나로, 일 년 중 밤이 가장 긴 날이다. 전통적으로 동지가 '작은 설'로 여겨졌고, 팥죽을 끓여 집안 곳곳에 뿌리며 나쁜 기운을 쫓는 풍습이 있었다.
팥죽은 단팥죽이 아니라 소금으로 간을 맞춘 담백한 죽이다. 새알심(찹쌀 경단)을 빚어 넣는데, 먹는 사람 나이만큼 넣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요즘은 집에서 끓이는 가정이 줄었지만, 죽 전문점이나 시장에서 동지 무렵에는 팥죽이 늘어난다.
사라지는 것, 남는 것, 새로 생기는 것
명절의 풍경은 분명히 바뀌고 있다. 차례상을 간소화하는 가정이 늘었고, 2022년 성균관유도회가 "차례상은 간단해도 좋다"는 기준을 발표하면서 많은 가정이 부담을 덜었다. 명절에 해외여행을 떠나는 가정도 눈에 띄게 많아졌다. 한편 '며느리만 노동하는 명절'에 대한 비판이 오래 이어져 왔고, 조금씩이나마 준비 책임을 나누는 변화가 일어나는 중이다.
새로운 형태도 있다. 친구・이웃끼리 모여 간단히 차리는 '소셜 차례', 1인 가구를 위한 '혼설・혼추' 간편식, 명절 기간 문을 여는 박물관과 미술관의 특별 전시 프로그램 — 이 모두가 21세기 명절의 일부가 됐다. 음력 달력의 리듬은 여전히 유효하지만, 그 위에서 사람들이 무엇을 하는가는 세대마다 조금씩 다시 쓰여지고 있다. 관련해서 한복의 사용 방식과 생활 예절의 세부 변화도 함께 짚어 보면 전체 그림이 더 잘 보인다.